생각의 쓰임

생각노트, 『생각의 쓰임』, 위즈덤하우스

익명으로 활동하면 ‘시장 가치’에 민감해진다

익명으로 활동하면 ‘시장 가치’에 민감해진다. 나의 소속이나 직함에 끌린 분들이 아닌 오로지 내 콘텐츠에 모인 분들이기에, 콘텐츠가 별로라면 미련 없이 떠나간다. 실제로 부족한 콘텐츠를 올리면 팔로워가 급격히 줄어든다. 그럼 이 시그널을 보고 난 깨닫는다. ‘아, 이번 콘텐츠가 별로였구나. 다음에는 더 잘 만들어야지’라고. 그러면서 계속 높은 시장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 점이 나를 자극하고, 계속 창작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완벽함’에 발목을 잡히지 말라

해석을 할 때 머뭇거려지는 부분이 있다. 지나치게 주관적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내 해석에 누군가 공감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대단한 비평가, 소설가, 에세이스트라 할지라도 모두에게 공감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도 수많은 ‘반대’를 견뎌낸다. 글이 모두에게 공감 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완벽함’에 발목을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나의 생각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계정을 만들어 기록 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 점은 관찰과 기록에 그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찾아보는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의 관점이 들어가야 한다. 그 관점에 영감을 받는 사람들이 따라올 것이다. 그렇기에 관찰과 기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점을 담은 질문을 던지고 해석하는 작업까지 이어진다면, 더 많은 인기 부캐들이 등장해서 사적인 개인의 생각이 더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시대가 빨리 오면 좋겠다.

오래 묵혀두면서 고민을 한 기획은 특유의 무게감 때문인지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거나, 만들다가 제풀에 지쳐 힘 없는 콘텐츠가 되었다

물론 고민의 시간이 길수록 콘텐츠의 깊이를 더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오래 묵혀두면서 고민을 한 기획은 특유의 무게감 때문인지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거나, 만들다가 제풀에 지쳐 힘 없는 콘텐츠가 되었다. 오히려 ‘해볼까?’라고 문득 든 생각을 바로 실행하자 혼자만의 고민에 쓸 시간과 에너지를 콘텐츠의 소비자 피드백에 집중해 오히려 좋은 콘텐츠로 만들어졌다.

생각노트 뉴스레터는 2016년 11월에 시작했다. 블로그를 시작한 뒤, 약 6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블로그에 콘텐츠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콘텐츠를 잘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닿고 싶었고 팬을 모으고 싶었다. ‘마케팅’이 필요해진 것이다.

앞으로는 미디어를 기획하고 펴내는 사람이 저자로서 크레딧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듣똑라>에서 젊은 혁신가를 위한 콘텐츠 커뮤니티 서비스인 ’북저널리즘’의 김하나 CCO를 초청해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좋아하는 서비스이기도 하고, 콘텐츠에 대한 관점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재생 버튼을 눌렀던 기억이 난다. 인터뷰를 재밌게 듣다가, 이 문장에서 잠시 재생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는 글이나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저자가 아니라, 미디어를 기획하고 펴내는 사람이 저자로서 크레딧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Subscribe to kohdongki

Don’t miss out on the latest issues. Sign up now to get access to the library of members-only issues.
jamie@example.com
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