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워커 이제 나를 위해 일합니다

박승오, 홍승완, 『인디 워커, 이제 나를 위해 일합니다』, 열린책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낯선 인생과 커리어만이 빛바랜 개근상장처럼 남아 있다

진정한 고민이 아닌 걱정 속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먼 나라에서 보내는 여름휴가로 지친 스스로를 위로하는 일상을 서른 번 정도 반복하고 나면, 어느새 누구의 것인지 모를 낯선 인생과 커리어만이 빛바랜 개근상장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할 때는 삼성과 LG, 나이키 등 굴지의 클라이언트들이 만족해할 만한 결과물을 냈던 그였다. 그렇기에 디자인에 관한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김봉진 대표는 그 믿음이 자만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는 직장인으로 돌아가 네이버에 입사해 빚을 갚고, 대학원에 입학해 디자인 철학을 재정립하면서 가장 자신다운 브랜드와 사업 모델을 고민한다. 그 결과물이 배달의민족이다. 그는 창업을 할 때 ’내 전문 경력이나 관심사를 살리면 잘될 거야’라는 정도의 어설픈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뼈저린 실패를 겪었고, 다시 사업을 시작할 때는 엄청난 고민과 과정을 거쳐 성공을 이루어냈다.

업계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도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그런데 평범한 직장인이 평일 저녁이나 주말 서너 시간 정도의 벼락치기 준비로 몇 개월 만에 이직을 계획하다니, 위험 부담이 너무 크지 않은가!

당신에게는 어떤 명분이 있는가? 그리고 당신의 이직 계획은 그 명분에 어떻게 맞아떨어지는가? 아직도 ‘무엇을 하고 싶어서,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하니까, 무엇이 되고 싶어서’ 같은 목표나 계획만 떠오른다면 제대로 된 기획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 결과, 우리는 학점이든 연봉이든 재산이든 직위든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서 더 많은 점수를 따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진정한 커리어를 만드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의 가치는 낮을 수밖에 없다

실제 ‘미루기는 약점이다’라는 통설에 반박하는 과학적 실험도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애덤 그랜트 교수의 연구팀은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 아는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할 일을 미뤘을 때 실험 대상자들이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만약 이들이 자신의 약점을 고치려고 죽기 살기로 노력하고,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기한 전에 미리 완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 같은 명작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약점을 버리지 않고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은 사람들이다.

2008년 마크 저커버그에게 스카우트된 후에는, 그녀는 명확한 수익모델이 없었던 페이스북에서 콘텐츠 속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광고 기반의 수익모델을 만들어 201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흑자 전환을 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치열한 경쟁과 남성 중심의 분위기가 강한 실리콘밸리 IT 스타트업 업계에서 엄청난 업적을 이룬 그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 중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강점 기반의 회사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직원들이 본래부터 갖고 있는 강점에 집중하고, 사람에 맞춰서 업무를 설계하지 일에 사람을 맞추려 하지 않습니다.”

반면 사회에서는 어떨까?

사회는 학교와는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 단순히 얼마나 높은 점수를 받았는가로 개인의 가치를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어떤 ‘교환 가치’를 갖고 있느냐로 평가된다.

즉, 누군가 나에게 돈을 주고 내 능력, 지식, 서비스 등을 활용할 때, 희소성이나 공급 대비 수요가 높을수록 그 대가는 커진다. 다시 말하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혹은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경우’ 나의 가치는 높아진다.

결론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경쟁력, 차별성, 창의력은 각자만의 ‘자기다움’, 즉 ’다름’에서 나오는 것이지 누가 더 열심히 하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의 가치는 낮을 수밖에 없다.

20년의 직장 생활은 시장에 판매할 전문성을 심화할 수 있는 수련장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 찰스 핸디는 〈우리에게는 인간이 경험한 이래 최초로 인생을 일에 맞추는 대신, 인생에 맞춘 일을 창출할 기회가 생겼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커리어 전략 역시 창조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유망 직종은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미래의 트렌드들이 커리어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조직 안에서 일하며 높은 자리에 빨리 오르는 것이 보장된 성공이 아님은 명백하다. 개인의 재능보다 조직에의 충성이 중요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조직을 위해 자신의 개성을 숨기고, 하고 싶은 걸 억누른 채 한낱 부속품에 머무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는 〈나〉를 발굴하고 직업을 창조하여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판매하며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20년의 직장 생활은 시장에 판매할 전문성을 심화할 수 있는 수련장이 될 수 있다.

나를 고용하라. 왜냐하면 나는 이 분야의 차별적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 기업이 나를 고용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를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행여 다른 사람이 나를 고용하지 않아도 좋다. 왜냐하면 나는 자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곧 직업이다.

이런 〈깜깜이 미래〉를 대하는 최적의 방법은 〈결단〉이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 확실한 전문성을 쌓아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전문성이 중요한 이유는,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건 결국 내가 제일 잘하는 것으로 승부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패스트 커리어 vs 슬로 커리어

패스트푸드가 건강과 미각을 해치는 것처럼, 패스트 커리어 역시 번아웃을 초래하고 삶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지면 자극적인 맛과 조미료에 중독되듯이 패스트 커리어는 승진, 연봉 등의 외적 보상에 집착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자존감을 낮춘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지면 식도락(食道樂)은 사라진 채 음식이 〈연료〉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패스트 커리어 역시 일에서 재미와 존재감을 탈락시켜 일을 〈밥벌이〉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점차 〈빠른 것의 위험성〉을 깨닫고 있다. 맥도날드가 이탈리아의 로마로 진출하자 1986년 이탈리아에서 미각의 즐거움, 건강 회복 등의 기치를 내건 새로운 식생활 운동을 전개했는데 이것이 전 세계로 확산되어 지금의 슬로푸드 운동이 되었다. 사람들은 느리게 살아야 더 행복하고 건강해질 수 있음을 깨닫고 있다.

커리어의 80퍼센트 이상은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좌우한다

벤처 투자가였던 피터 심스는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혁신 사례들을 연구한 끝에 이들이 공통적으로 취하는 한 가지 전략을 〈리틀 베츠 Little Bets〉라고 명명했다. 그에 따르면 놀라운 혁신은 처음부터 거대한 프로젝트로 시작된 경우는 별로 없고, 다만 여러 차례의 작은 시도를 하여 성공한 사례들이 대다수였다. 심리학자 존 크럼볼츠는 계획적 우발성 이론 planned happentance theory을 발표했는데, 그의 연구에 따르면 커리어의 80퍼센트 이상은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좌우한다. 즉 계획적으로 커리어를 만드는 대신 개방적인 자세로 이런저런 시도를 할 때 기회가 찾아온다. 이 두 가지 이론을 종합하면 커리어야말로 〈작은 실험〉에 딱 맞는 주제다.

가령 폴 고갱은 증권 회사를 다니던 30대 초반, 몇 번의 전시회를 열었고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35세의 매우 늦은 나이에도 전업 화가로 나설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당부 하나. 혹시라도 〈나를 찾기 위해 퇴사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다. 커리어 탐색은 일과 직접적으로 부딪히며 자신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현장을 떠난 사색은 기쁨을 줄 순 있지만 통찰을 줄 수는 없다. 퇴사하여 무언가를 깨달았다고 해도 다시 현장에 돌아오면 전혀 생각지 못한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번아웃으로 단지 쉬고 싶은 것이라면 온전히 쉬는 데 집중하는 게 낫다. 천직을 찾고 싶다면 일과 병행해야 한다. 책을 읽지 않는 작가가 없고 TV를 모니터링 하지 않는 방송인이 없듯이 인디 워커는 일을 하면서 잠재력을 실현한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질문-독서-만남-실험〉이라는 사이클에 자신을 대입해 보라. 내가 소홀히 여기고 있는 활동은 없는지, 단계를 뛰어넘고 성급히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면 점점 천직에 접근하게 될 것이다. 사색 없는 실행은 위태롭고, 실행 없는 사색은 공허하다. 사색과 실험의 담금질을 거듭할 때 인디 워커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삶은 구체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 작고 구체적인 것에서 위대함이 시작된다. 신은 세부적인 것 속에 있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이러한 살아있음을 경험하는 존재 상태를 〈블리스 bliss〉라 칭했다. 그리고 블리스와 반대되는 상태를 〈황무지〉라 불렀다. 그에 따르면 황무지는 숨은 쉬며 살아있되 자기라는 존재는 소멸된 삶, 〈남이 하는 대로, 타인이 시키는 대로 하면서 사는〉 삶이다. 캠벨은 블리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육체적인 차원에서의 우리 삶은 어쩌다 우리의 내적인 존재와 바로 지금 이곳에서 공명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살아 있음의 황홀을 느끼게 되지요.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 어떤 실마리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은 바로 살아 있음의 황홀이랍니다. 행복을 찾으려면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것을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내가 여기서 〈행복〉하다고 하는 것은 들떠서 행복한 상태, 흥분해서 행복한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진짜 행복한 상태, 그윽한 공명의 상태를 말합니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지나친 완벽주의와 자기 회의, 두려움과 자기 검열을 꼽았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위 질문들에 답할 때만큼은 이 모든 걸 무시하면 된다. 만약 당신이 억만장자이고 불사(不死)의 몸이라면 무엇을 해보고 싶은가? 아무 장애물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모두 쏟아내는 게 중요하다. 하나둘 장면이 떠오르기 시작하고 이내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삶은 구체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 작고 구체적인 것에서 위대함이 시작된다. 신은 세부적인 것 속에 있다. 그러므로 꿈에 신성(神性)을 불어넣고 싶다면, 꿈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그저 〈영화 볼 때 행복하다〉고 하기보단, 〈「밀리언 달러 베이비」, 「신데렐라 맨」 같은 인간 승리 영화를 보고 친구와 밤새 이야기할 때〉라고 자세히 묘사해 보라. 그때의 희열감이 살아나며 비슷한 사례들이 연달아 떠오를 것이다. 가능한 한 많은 장면들을 묘사해 보자.

이 시대에 안정된 직장에 있는 사람들은 실은 위험을 축적해 가고 있다

예로부터 현명한 이들은 〈입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배 속에는 밥이 적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적으면 성자(聖者)도 될 수 있다〉고 했다.

        1) 먹고살 수 있을까?
            →  경제 단식: 조금만 먹고 덜 소유해도 즐겁게 살 수 있다.
        2) 너무 늦은 게 아닐까?
            →  시간 단식: 하루를 재편하면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3) 관계가 단절되면 어쩌지?
            →  관계 단식: 고독을 훈련하면 관계가 깊어진다.
        4)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  걱정 단식: 불안한 나를 지우고 미래의 나에 집중한다.

부가적으로 언급하자면 〈수입의 안정성〉에 대해서라면, 50세 이전이 아닌 인생 전체를 놓고 계산해야 한다. 독립한 인디 워커의 수입은 일반적인 직장인보다 액수도 적고 불안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한다면 오래 벌 수 있고, 수입이 갑자기 0으로 떨어지지도 않는다. 반면 직장인은 50세를 전후로 갑자기 수입이 0이 될 위험에 놓인다. 『직업의 종말』의 저자 테일러 피어슨이 말했듯 〈이 시대에 안정된 직장에 있는 사람들은 실은 위험을 축적해 가고 있다〉. 인생 전체의 수입으로 놓고 보면 직장인과 인디 워커 중 누가 더 안정적인가? 직장인이 60세 넘어 일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지만, 인디 워커는 그때도 자신만의 직업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을 것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당신은 결국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된다

자신이 무엇을 중시하는지 모르면 내면에 커다란 공백이 생긴다. 그 공백을 메우려고 여러 모임에 참석하고 더 높은 자리를 쫓고 자녀에게 정성을 쏟고 자격증을 준비한다. 그 과정에서 배우고 얻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허감만 더 커질 뿐이다. 때로는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도박이나 게임, 약물, 술 등에 의존하기도 한다. 중독은 그게 무엇에 대한 것이든 빠지면 빠질수록 소모적이 되고 갈증은 더 커진다.

삶의 방향성과 천직 발견.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당신은 결국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나는 〈심재, 성찰과 성장의 길〉이라는 방향을 따라 끝까지 가고 싶다. 자유(自由)는 자기(自己)의 이유(理由)의 줄임말이어서 자기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한 아무리 멀고 힘든 여정이라 하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는다.

그는 입버릇처럼 〈훌륭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장롱 뒤쪽에 저급한 나무를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잡스는 매킨토시 시제품이 완성되었을 때 개발팀 45명의 서명을 컴퓨터 내부에 새기도록 했다. 〈진정한 예술가들은 작품에 사인을 남긴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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