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웨이

이기문, 『크래프톤 웨이』, 김영사

누군가 바른 생각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사업은 언제든 해볼 수 있는 것이죠

네오위즈에 이어 첫눈을 어떻게 창업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언제나 “어쩌다 보니”였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곤 했다. “누군가 바른 생각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사업은 언제든 해볼 수 있는 것이죠.” 우연히 네오위즈 안에 훌륭한 검색 개발자들이 많았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골똘히 질문을 되뇌이다 결정을 내린다. 문서를 싸매고 오진 않는다. 문서를 보고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니까. 집으로 돌아가기 전 반드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게 원칙. 그러고선 그 결정을 주변에 한동안 공개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 바뀌는지를 살핀다. 중요한 결정은 2~3주, 덜 중요한 결정은 일주일 정도 속에서 묵힌다. 그래도 마음이 여전한지를 확인한 뒤에야 결정을 내리고 실행한다. 그다음엔 후회하지 않는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결과에 책임을 진다.

김강석이 어떤 사람을 철부지라 부를 때는 몇 가지 기준이 있었다. 꿈은 큰데 자기 위치를 모르거나, 시장에 대해 허황된 생각을 품고 있거나, 취미와 직업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많은 한국 조직이 저 같은 사람을 오너라 부르며 오너에 충성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창업자에게 충성하는 사람을 바라지 않을 겁니다. 비전에 헌신하는 사람이 필요할 뿐입니다. 비전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못 되면 저도 회사를 떠날 겁니다. 낯선 사람들이 하루 종일 부대끼면서 굳이 회사에 모여 일하는 이유는 비전에 헌신하기 위함입니다. 명가란 이름은 결국 남들이 불러줘야 되는 겁니다. 고객과 파트너 같은 타인이 인정해줘야 비로소 명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게임이 성공해야 합니다. 게임이 실패하면 명가가 될 수 없습니다.

비전은 창조하는 것보다 변경하는 것이 더 어렵다

창업 초기에는 공동 창업자들만 해당 비전을 믿듯이, 기존 조직에 필요한 새로운 비전은 소수에게만 먼저 보인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 하더라도 그 비전이 다수의 구성원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즉, 비전이 잘 뿌리내린 조직일수록 다수의 구성원이 해당 비전을 ‘공공의 선’이라 강하게 믿고 있을 것이기에, 비전을 변경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 된다.

저물어가는 비전을 공고하게 믿고 있던 기존 회사를 버리고, 새로운 비전으로 회사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비전, 미션, 핵심 가치 등이 명확하고, 이익을 잘 내며 지금 잘나가는 회사일수록 그 변화가 더욱 어렵다.

그렇다. 비전을 창조하는 것보다 비전을 변경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창업가가 비전을 몇 년 만에 바꾸는 경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경영자는 비전을 재고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확고한 비전의 소중함을 이해하면서도, 비전 따위는 변경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단 하나만 꼽으라면, 고객 우선 가치다. 세상에 수많은 조직이 있지만 고객이 없는 조직은 존재 가치가 없다. 그렇기에 경영자는 비전, 미션, 핵심 가치 등보다 시장과 고객을 우선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조직은 고객과 시장에 맞춰 변화를 멈추지 말아야 하며, 조직의 큰 변화는 비전의 변경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불신하는 존재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불신하는 존재다. 모르는 것은 믿지 않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모르는 영역을 불신한 채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봐야 할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장병규의 믿음이었다. 눈먼 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회사에 들어오겠다는 눈앞의 지원자들이 정말로 일을 잘할 사람인지 아닌지 저는 몰라요. 회사에 채용했어도 예상과 다른 경우를 숱하게 봤어요. 하지만 뽑습니다. 믿어보는 거예요. 일단 믿어야 일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노동자와 인재의 근본적인 차이

기업에 필요한 3가지가 바로 토지, 자본, 노동입니다. 블루홀에 토지가 필요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건물에 세 들어 살면 됩니다. 자본? 자본은 필요하죠. 게임을 만들려면 자본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마지막 노동. 블루홀에 노동이 있나요? 우리에겐 노동자 대신 인재가 필요합니다. 노동자와 인재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대체 가능 여부입니다. 노동자는 대체가 가능합니다. 공장에서 사람 하나 빠지면 2~3일 지나 곧바로 다른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재는 대체 불가능합니다. 그 사람이 하던 일을 다른 사람이 그 수준으로 못 합니다. 인재는 회사가 싫어지면 회사를 나가면 끝입니다. 오히려 회사가 인재를 잃기 싫어 남아주도록 매달려야 하죠.

그만큼 인재와 노동자는 다른 것이고, 인재의 힘은 큽니다. 예를 들어 블루홀이 만드는 게임 캐릭터를 그리는 원화가가 그만두고 나가면, 이 사람 작업을 다른 이가 완전하게 대체하기란 불가능해집니다. 다른 사람이 작업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겁니다. 그림이 다르게 나오기 때문이죠. 프로그래머도 마찬가지예요. 그렇기에 우리는 ‘노동자’라는 말 대신 ‘인재’라는 말을 씁니다.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이거나 몇몇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라스트맨인데 고독하지 않다는 것은, 어쩌면 권한과 보상을 누리면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조직 내에서 고독을 느끼지 못한다면,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렇다. 의사결정은 라스트맨이 짊어져야 할 숙명이며, 그 과정은 고독하다.

투자를 할 때 창업자가 유념할 것은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이거나 몇몇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격언이다. 투자는 ‘많은 사람을 잠시 속이는 행위’처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속이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심지어 창업자 스스로 자기합리화를 하기 쉽다.

하지만 투자를 받은 사실과 투자 이후의 과정과 결과는 계속 남는다. 트랙 레코드는 쌓여간다. 평판은 쌓여간다. 평판 때문에 재도전이 힘들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자기합리화는 창업자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든다.

투자는 믿음과 신뢰에 관한 행위이며, 함께 협업하는 사회에서의 평판과 이력을 쌓아가는 행위다. 투명한 대화, 일관된 행동, 믿음과 신뢰, 상호 존중 등이 계약서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기심, 사내 정치

경영자의 소통이란 결국 이기심과의 싸움이다. 이기심과의 끊임없는, 너무나도 지루한 싸움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절대 없어지지 않으며,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심지어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회사일수록 이기심이 가득할 것이다. 무언가 이룰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들어오는 새로운 구성원들의 증가가 빠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이기심이 성장의 자양분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경영자가 소통에 실패하거나 게을러지면 너와 나를 가르는 행위가 조금씩 시작된다. 편을 가르는 사내 정치가 시작되며, 사일로 현상이 본격화된다. 권위주의가 아니라면 조직 경영이 힘들다는 인식이 싹트며, 역할과 책임보다 보상과 권한을 우선 생각하게 된다. 비흡연자가 담배 타임에 꼭 끼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소통 과정에서 경영자는 인간적 상처도 많이 받을 것이다. 나의 이기심은 자연스럽지만 타인의 이기심이 나에게는 자연스럽지 않다. 어쩌면 인간에 대한 애정이 점점 식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버려서는 안 된다. 경영은 본질적으로 사람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기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사실상 멋진 경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사업이든 좋은 팀이 3년 정도 치열하게 일하면 소기의 성과를 성취한다고 믿습니다

기업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무엇일까요. 기업이 돈을 버는 건 사람이 숨을 쉬는 것과 같습니다. 숨을 못 쉬면 죽지만, 숨만 쉰다고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법인法人은 법이 만든 인간이란 뜻입니다. 꿈과 도전, 개척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듯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 추구에만 함몰되었을 때 기업답지 못합니다. 이윤 창출보다 중요한 것은 비전이나 꿈, 도전과 같은 가치를 확립하고 집중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잘나가는 기업은 비전과 핵심에 대해 집착에 가깝도록 집중합니다. 조직다운 조직에선 신뢰를 토대로 팀워크가 형성됩니다. 개인이 할 수 없는 성취는 함께하면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내 옆에 있는 상대를 신뢰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블루홀의 업業은 대규모 제작입니다. 신뢰와 팀워크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어떤 사업이든 좋은 팀이 3년 정도 치열하게 일하면 소기의 성과를 성취한다고 믿습니다.

도전에는 절대적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강인한 의지는 당연하다. 누구나 순간적으로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을 수도, 심지어 시작할 수도 있다. 작심삼일, 작심삼개월 정도야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작심삼년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블루홀에서 어쩔 수 없이 시작했던 여러 도전, 그리고 연이은 실패, 그에 따른 번아웃. 그전까지는 실패도 별로 없었고 일도 사랑했었기 때문에, 블루홀 시절 내가 겪었던 번아웃과 무력감은 지금도 내 안에 또렷이 새겨져 있다. 공동 창업한 김강석의 출사표가 없었다면, 손실을 보더라도 블루홀을 정리했을 것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김강석의 출사표도 쉽게 믿기 힘들었다. 함께한 기간이 길었기에, 그도 지쳐 있었을 것이 분명하고 예상되는 도전 과제 또한 만만하진 않았다.

고민 끝에 딱 하나만 약속받았다. 3년, 멈출 수 없는 3년. 방향은 명료하나 높은 실행 난도가 뻔히 느껴지는 도전, 전체 구성원에게는 낙관적인 미래를 설파하면서도 곤궁한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과정. 김강석도 3년 약속을 후회한 적이 많았을 듯하다.

실행 방법은 다양하지만, 원론적으로 조직에서의 도전은 2가지 질문에 대한 답에서 시작한다. 하나는 도전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자금을 누구의 책임하에 어느 시점에 집행할 것이냐다. 자원은 늘 제한적이고 사람에 대한 판단은 단순하지 않기에 경영진의 깊은 고민과 결단이 요청된다.

수많은 도전은 대부분 실패한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어떻게 실패하느냐도 중요하다. 사업적 성공에 실패하더라도 구성원의 성장은 이뤄야 한다. 사업은 실패해도 조직이 혹은 개인이 실패하게 두어선 안 된다. 조직은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율은 지식 근로자의 일상이 되어야 한다

블루홀 초창기에 나를 포함한 3명이 저녁 식사를 하는데, 정해진 식비 이상을 시킨 적이 있다. 내가 사비를 좀 더 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찰나, 주문자는 거리낌 없이 “4명이 먹었다고 기록하면 된다”고 했다. 나를 수평적으로 생각해주는 것은 좋은데, 본인의 잘못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점은 아쉬웠다. 누군가 지켜보지 않아도 스스로 규율이 있는 것. 그렇다. 자율은 지식 근로자의 일상이 되어야 한다. 공동체 의식은 기본이다.

실패가 뻔해 보이는 무모한 도전을 경영진이 일부러 선택하고 지시할 리 있었을까? 회사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이었다면, 블루홀의 인재들이 지난한 개발 과정을 견딜 수 있었을까? 콘솔 포팅 프로젝트에서 엿볼 수 있다시피, 인재들의 자발적 동기와 의지는 지식 산업의 근간이다.

지식 산업에서 실패는 흔하다. 시행착오는 더욱 빈번하다. 시행착오와 실패는 쉽게 관리되는 영역이 아니다. 제조업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6시그마는 지식 산업의 핵심이 아니다. 지식 산업은 인재의 책임, 자율성, 의지 등이 중요한 산업이다. 첨단 제조업도 제조업이라는 점을, 제조업과 지식 산업은 근본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혁신은 제약에서 나온다

이어 김창한은 “4가지 문구를 가슴에 담고 일하자”고 주문했다. 김창한이 하나하나씩 문구를 읽어나갔다.

하나, 혁신은 제약에서 나온다.

둘, 세상을 뻔하게 보는 사람은 뻔한 일밖에는 못하고 뻔한 결과만 낼 것이다.

셋, 비평가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고, 도전의 결과는 알 수 없다.

넷, 도전에 있어서 실패는 양분이 되지만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은 후회가 된다.

검증된 제작 리더십이 드문 이유

장병규가 진단하기에 품격 있고 검증된 제작 리더십이 드문 이유는 게임이란 제품의 기본 속성 때문이었다. 게임의 본질은 재미다. 재미는 감성이며 본능이지, 이성이나 합리가 아니다. 어떤 사람이 재밌게 느끼는 요소가 어떤 사람에겐 전혀 아닐 수 있다. 그렇기에 재미, 감성, 본능은 대화를 통해 공감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하물며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는 재미를 만드는 사람은 어떻겠는가. 작가 한 사람이 소설을 써내듯, 혹은 영화 감독 한 사람이 촬영 현장을 총괄하듯, 소수의 리더십이 제작을 이끌 수밖에 없는 게 게임업의 본질이다.

재미를 발견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시행착오의 과정이며, 제작자는 도자기 장인처럼 만들고 깨고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게임의 재미 요소는 PD의 머릿속에만 있기에, 홀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독재적인 성격의 PD가 흔하게 등장하는 이유다.

더구나 MMORPG는 복잡하고 거대한 물건이다. 이 세상을 닮은 가상 세계를 창조하는 일은 그만큼 여러 사람의 노력을 요한다. 문제는 게임 속 작은 부분 하나를 바꾸면 전체 세계가 흔들린다는 것. 그러므로 제작 책임자는 의사결정을 다른 이와 함께 나눠 하기가 어렵다. 이런 속성 또한 리더십의 독단을 낳는다. 리더는 팀원에게 어떤 조치로 인해 변화하는 게임의 전체 모습을 짧은 시간에 일일이 설명하기를 수고로워한다. 그렇기에 그는 “일단 시키는 대로 하라”고 주문한다.

쉬운 일을 하는 사람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비판은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매우 쉬운 일이다. 어떤 제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인터넷을 보자.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비판의 글을 쏟아낸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비판하는 제품의 반에 반만 한 것도 만들어낼 수 없는 사람일 것이다. 비판은 쉽고 만들어내는 건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쉬운 일을 하는 사람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리더는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리더는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많은 리더가 착각한다. 옳은 결정을 내리는 일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이다. 결정은 시작일 뿐이다. 리더는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일하게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나쁜 방법은 지시를 하는 것이다. 특히 창조적인 작업에서 지시를 통해 일하게 만들면 결과가 좋을 수 없다. 가장 좋은 건 사람들이 스스로 좋아서, 열정을 바쳐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리더가 스스로 판단하기에 좋은 생각과 결정을 했더라도 그건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 일이 실제로 수행돼 결과를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리더에게는 자기객관화 또는 자아성찰이 중요하다

스스로 선언하거나, 타이틀을 가졌다고 저절로 리더가 되는 게 아니다. 추종자들이 리더를 결정한다. 추종자가 있어야 리더가 있고, 추종자들 능력의 총합이 결국 리더의 능력이다. 리더가 신뢰를 쌓아 추종자를 규합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 자기객관화 혹은 자아성찰이다.

자기객관화는 자기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바라보는 행위다. 리더가 스스로를 A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B라고 생각한다면, 둘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이 거리만큼 신뢰를 쌓기 어려워진다.

이상적 조직은 없다

이상적 조직이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경쟁력 있는 조직’이라고 한다면, 절대 존재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적합한 조직은 누군가에게는 악몽일 수도 있다.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조직은 혼자 달성하기 힘든 일을 함께 이루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시스템이다. 크고 위대한 무언가를 지향할수록 좀 더 다양한 역량·경험, 역할·책임, 절차·구성 등을 요하고, 이를 조합할 때 이상적 장점만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경쟁력 상실로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도태된다.

이상적 조직은 없기에, 조직과 내가 다르게 생각하는 경우는 흔하게 발생한다. 조직도 나도 변하고 성장하기에, 지금 나에게 적합한 조직이 미래에는 아닐 수도 있다. 조직에 애정이 있다면 다름을 해소하도록 노력하되, 다음을 인식했으면 한다.

하나. 의견충돌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논쟁의 기준이 근본적으로 하나라는 점을, 공공의 선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에서의 논쟁 기준은 ‘조직 전체 그림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최선인가?’여야 한다.

둘.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다양한 주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특히 조직이 클수록 변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 인식해야 한다. 국지적 이기심이나 단기적 대응만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셋. 조직의 문제와 사람의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의외로 조직이 아니라, 특정 사람이 문제인 경우도 많다. 심지어 제도나 절차로 풀기 힘든 문제도 많다.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직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본인에게 맞는 곳을 찾아야 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사회와 기술의 변화가 빠르고,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한국은 이제 평생 직장의 나라가 아니다. 조직과 내가 다르다면 과감히 떠날 수 있어야 한다.

콘텐츠의 흥행 요인을 플랫폼 파워에서 찾는 건 깊이 없는 마케터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퍼블리셔 없이 플랫폼을 매개로 제품과 고객이 직접 만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PC 게임은 스팀으로 그 수요가 몰리고 있습니다. 플랫폼으로 기반이 옮겨가면서 플랫폼 종속성은 심화합니다. 게임업체들은 스팀의 힘을 놀라워합니다. 그러나 콘텐츠의 흥행 요인을 플랫폼 파워에서 찾는 건 깊이 없는 마케터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역시나 플랫폼 또한 제품과 고객이 만나는 여러 수단 중 하나입니다. 제품과 고객(마켓), 이 2가지 요소만이 본질적인 요소입니다.

최고를 위한 전략은 심플합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혁신하고 최고의 퀄리티를 유지하면 됩니다. 최고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복잡하고 얕은 수를 사용하는 겁니다. 최고가 될 수 있다면 다른 복잡한 것을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심플하게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듭시다.

우리는 이제 막 출발한 마라톤 경기에서 초반 선두에 섰습니다. 중간에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얕은 수를 고민하기보다 본질에 집중할 것입니다. 수많은 카피캣이 나올 겁니다. 우리가 쉽게 한 일은 남도 쉽게 할 것이고, 우리가 어렵게 해낸 일은 남이 따라오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렵게 해낸 일만이 가치가 있습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들은, 한때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펍지 초기, 김창한이 “바람이 부는데, 그 끝이 어딘지 모르겠습니다”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며 바람을 느끼고 인식하는 순간은 정말 드물다. 바람이 불어도 대부분 바람인지 모른다. 바람이라 인식해도 평소처럼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 평생 세 번만 온다는 바람을 놓친 것이다.

김창한은 그 발언을 한 이후, 한동안 정말 미친 사람처럼 지냈다. 내일 망할 것처럼 행동하다가, 어떨 때는 세상을 정복한 것처럼 보였다. 나도 협업의 속도와 감정을 맞추기가 힘들 정도였으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들은, 한때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최초가 된다는 것은, 당연히 누군가 또는 어떤 조직의 지대한 도전과 노력의 결과겠지만, 어쩌면 바람처럼 우연히 시작될 수도 있다. 비범한 성공을 위해서는 그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바람을 일으킨 노력과 조직, 아니 그 이상을 바쳐야 할 수도 있다.

최초라는 것은 관습, 기존 질서, 기존 조직과의 투쟁이다. 최초이기 때문에 수많은 대중의 기존 믿음과 싸워야 한다. 기득권이 만들어둔 질서를 흔들 수밖에 없다.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수많은 구성원을 독려하고, 필요하면 조직 구성원을 전폭적으로 물갈이해야만 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현실적 타협과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경영은 사람이라는 핵심 요소를 포함한 다양한 요소들의 저글링이기에, 실행에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심이나 신뢰는 기본이지 장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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