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에디터 홍국화: 확신이 있었으니 돌아갈 곳이 없었다

주말 동안 <잡지의 사생활>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내용 중 <보그> 에디터 홍국화님의 인터뷰도 있었는데요. 대학생 때 에디터가 되기로 마음먹은 뒤부터,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업을 지키며 달려온 사람의 뚝심이 느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25세.

친구들 중에는 5년차 사회인도 있었어요. 그런데 제게는 꿈이 그것밖에 없었으니 늦은 게 아니었어요. ‘내가 앞으로 평생 할 일인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그렇지 않은 일을 겪었던 게 도움이 됐어요.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저도 잡지를 일을 해보고 ‘너무 힘든데’ 싶어서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저는 확신이 있었으니 돌아갈 곳이 없었어요.

힘들다 해도요.

네. 내 선택에 책임을 져야죠. 다른 사람에게 “여러분, 이게 패션 에디터니까 이렇게 힘들어도 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예요. 그냥 내가 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타협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그냥 ‘여기서 잘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부딪혔던 것 같아요.

디지털 쪽으로 경력이 풀려갔네요.

(…) 디지털 에디터 경험이 재산이 될 줄은 몰랐어요. 만약 중간에 ‘나는 패션 에디터가 좋으니까 이직을 해야겠어’라고 생각해서 다른 잡지로 이직했다면 가질 수 없던 경험을 얻었죠. 〈보그〉에서 일하기까지의 5년 동안 제게도 많은 기회가 있었어요. 다른 잡지 편집 에디터 제안도, 선배들에게서 이직 권유도 받았지만 저는 지금 하고 있는 곳에서 제 방식대로 잘하고 싶었어요. 타협하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는 숲을 못 봐요. 연륜이 없어서. 그런데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눈앞에 번쩍이는 빛을 따라갈 필요는 없어요. 그러면 더 돌아갈 수도 있어요. 저는 디지털 에디터 제안을 받았을 때도 그냥 ‘내게 주어진 이 일은 일어날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잘 하고 있는 걸까’ 같은 생각이 많았던 때도 있지만, 제 일을 열심히 하면서 지냈고 운이 좋게도 가장 가고 싶었던 매체에서 연락이 왔어요.

우리 세대는 사람들 앞에 설 때 나름의 각오가 필요했는데, 젊은 세대는 그런 각오마저 필요 없을 수도 있겠네요.

본인이 브랜드를 만들 수도 있어요. 브랜드의 컨설턴트를 할 수도 있고, 유튜버가 될 수도 있어요. 패션 에디터를 하면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요. 1인 미디어의 홍수 시대이지만, 저는 패션 에디터는 계속 필요한 직업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수많은 미디어와 크리에이터들은 차별화가 필요해지고, 결국 컨설팅과 큐레이션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포털이나 SNS 회사, 브랜드나 방송사에서 미디어 전문가, 다시 말해 에디터를 영입하고 있어요. 에디터는 매니저이자 크리에이터이자 오퍼레이터잖아요. 이런 일을 한 번에 겪을 수 있는 직업은 패션 에디터 말고는 없을 거예요.


잡지의 사생활
“잡지의 전성기는 지금, 지금처럼 다양한 잡지가 생긴 적이 없어요.” 책보다 빠르고 신문보다 깊은 매체를 만드는 창의적 노동에 관하여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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