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박찬용,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웅진지식하우스

비아 델라 스피가 Via della Spiga

이탈리아 밀라노에는 ‘비아 델라 스피가’라는 고급 상점가가 있다. 거기는 아무나 매장을 못 낸다. 상우회 회의를 거쳐서 ‘너희는 올 만하다’는 허락을 받아야 그 거리에 가게를 차릴 수 있다. 작은 지역 단위 자본이 동네의 모습과 세속적 품위를 유지시킨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어디가 힙 타운이 되든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개업과 공실이 반복되다가 임대료가 비싸져서 결국 텅 빈 동네가 될 것이다. 자본과 자본가의 문제다. 건축주의 안목이 좋은 건축가를 골라 좋은 건축을 만드는 것과 같다.


Via della Spiga

Via della Spiga (Italian pronunciation: [ˈviːa della ˈspiːɡa]; literally “Alley of the Ear”) is one of the Italian city of Milan’s top shopping streets, forming the north-east boundary of the luxurious Quadrilatero della Moda (literally, “fashion quadrilateral”), along with Via Monte Napoleone, Via Manzoni, Via Sant’Andrea and Corso Venezia.

자기만의 것을 만들고, 그걸로 사람들에게 승부해야죠.

“베끼는 건 같이 망하는 거예요.” 정현주의 말은 업종을 넘어서 멋있는 걸 해보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이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자기만의 것을 만들고, 그걸로 사람들에게 승부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서적 도매상 좋은 일을 할 뿐이에요.” 실제로 서적 도매상의 소형 서점 공급가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서점이 도매상에 책 정가의 70퍼센트를 내면 책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요즘은 그게 85퍼센트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책을 팔아도 남는 게 없어요.” 정현주의 말처럼 자기 것 없이 시장에 뛰어드는 건 시장의 모두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 정현주는 재빠른 유행과 몰래 베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것을 만든다. “저는 외로움이 앞으로 점점 큰 소비의 동력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마포구에는 1인 가구가 많은데, 서점 리스본에서 진행하는 일종의 멤버십인 ‘독서실’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그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각자의 전문성이 있는 도시인들이기도 하다. “그렇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길 바라죠. 그런 공간을 만들고 있다는 게 제게 힘이 되기도 하고요.” 정현주는 그렇게 자신의 정도를 걷고 있다. 천천히, 여기저기 시달리면서, 그래도 멋진 방향으로.

Subscribe to kohdongki

Don’t miss out on the latest issues. Sign up now to get access to the library of members-only issues.
jamie@example.com
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