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않고서야

미노와 고스케, 『미치지 않고서야』, 21세기북스

대중이 열광하는 콘텐츠란, 골똘히 생각해 보면 특정한 어느 한 명에게 강력히 가닿는 콘텐츠다

대중이 열광하는 콘텐츠란, 골똘히 생각해 보면 특정한 어느 한 명에게 강력히 가닿는 콘텐츠다. ‘30대 영업사원을 위한 비즈니스 서적’처럼 대충 뭉뚱그려 잔재주를 부리는 마케팅으로는 책을 팔 수 없다. 어느 한 명의 영업사원이 점심으로 무엇을 먹는지, 닭튀김 정식인지, 편의점 도시락인지 철저하게 상상하지 않으면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책을 만들 수 없다. 극단적일 정도로 어느 한 개인을 위해 만든 것이 결과적으로 대중에게 퍼져 나간다. 사람들이 매일 무엇을 느끼는지 냄새 맡는 후각은 앞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힘과 더불어 온갖 종류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권위와 니치(niche)로 갈라진 세상

“일단 모두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지금은 권위와 니치(niche)로 갈라져 있기에 쌍방이 모두 모여 담론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NewsPicks Book’이 잘 팔리는 것은 시대를 논할 수 있는 장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딱히 그 장에서 정답을 찾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틀려도 괜찮으니 우선 문제를 제기 해야 합니다(오치아이 요이치(落合陽一) 《NewsPicksMagazine Vol. 1》인터뷰에서).”

부업을 금지하는 회사나 경영자는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인터넷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편집자도 내가 처음 이라 자부한다. 인플루언서가 책을 광고해주면 아마존의 재고가 바닥날 정도로 팔려나가는 세상이다. 그러면 편집자 본인이 인플루언서가 되면 그야말로 최강 아닌가.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향후 편집자의 일이 될 테니 편집자도 온라인 살롱을 운영해야 한다. 책이 아닌 다른 것을 기획하는 일이 편집자의 무기가 된다.’ 이런 가설을 세운 후 회사에 설명했다. 그리고 말뿐만이 아닌 숫자로 보여줬다.

부업을 금지하는 회사나 경영자는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 시대착오적인 명령에 유유낙낙 따르는 노예 사원도 이미 끝났다고 볼 수 있다. 도긴개긴이다. 경직된 조직에서 노예노동을 하다보면 사원은 물론 조직도 시대에 뒤처지게 되며, 어느 날 갑자기 공룡처럼 멸종하고 말 것이다. 사원을 속박하는 회사 따위 지금 당장 버리고 바깥 세상으로 뛰어들어라.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까지가 일이다

실력만 키우면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는 안이한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실력 있는 사람은 세상에 쓸어버릴 만큼 많다. 상위 1퍼센트의 진짜 천재 외에는 전부 대체할 수 있다. ‘실력보다 평판’, ‘매출보다 전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런 남다른 삶의 방식이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나보다 편집 기술이 뛰어난 편집자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흐름을 만들고 열광을 빚어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다.

자신의 손으로 새로운 현상을 일으키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결과를 남기는 동시에 스스로 전설을 쌓아 올려야 한다. ‘브랜드’에 사람도, 돈도 따라온다. 그것을 보고 눈에 띄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며 야유하는 사람은 진심을 담아서 일한 적이 없는 응석꾸러기일 뿐이다.

겐조 도루의 『전설이 파는 법』을 만들 때도 그랬다. 단행본을 한 권도 만든 적 없는 신입 편집자가 전설 적인 편집자 겐조 도루에게 편지를 보내 집필 의뢰를 한 후 한 권의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는 스토리는 분명 기삿거리가 된다. 그렇게 확신하면서 SNS 로 그 내용을 떠들었더니 예상대로 ‘거물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해 몇 번이나 인터뷰 의뢰가 들어왔다. 그 무렵에는 단발성 연예인처럼 다양한 미디어 에 얼굴을 내밀었고, 점차 ‘거물을 설득하는 젊은 편집자’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자주 후배나 미노와 편집실 멤버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까지가 일이다”라고 말한다.

간판이나 직함으로 권위를 내세우려는 사람에게서 큰 파도는 치지 않는다

아사히 신문사나 후지 텔레비전의 명함을 으스대며 들이미는 사람이 있다. 회사 직함에 도대체 얼마나 자긍심을 갖는 걸까. 자긍심을 품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의 가치가 아니다. 간판이나 직함으로 권위를 내세우려는 사람에게서 큰 파도는 치지 않는다. 진정한 신뢰나 인간관계도 쌓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개인으로서 얼마만큼 각오를 드러내느냐에 있다.

나는 프리랜서 편집자가 아니다. 겐토샤라는 조직에 소속된 회사원이다. 하지만 겐토샤라는 명함에 잘난 척하지 않는다. 그 간판 뒤에 숨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회사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면 위험할 것 같은데 싶은 의견도 개의치 않고 발언한다. 회사에 미리 의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제안도 그 자리에서 시원하게 수락해버린다. 그러고 나서 회사에 돌아와 죽을힘을 다해 앞뒤 사정을 맞춘다. 회사의 눈치만 살피는 인간에게는 누구도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화되는 비즈니스, 온라인 살롱

앞으로의 비즈니스 중 대다수는 종교화될 것이다. 신자를 모으지 못하면 물건을 팔 수 없다. 그 배경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사람이 고독해졌다는 점과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생겨난 후 사람은 고독해졌다. 스마트폰이라는 소우주 때문에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밖에 보지 않는다. 그 결과, 취향이나 삶의 방식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들면 주변에는 자신과는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들뿐이다.

가족이 사이 좋게 모여 텔레비전을 보던 시대, 학교나 회사에 가면 어젯밤 방영한 드라마에 관해 대화를 나누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회사에서 바로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지 못 하는 게 보통이다.

사람은 다양해졌다. 이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람은 고독해졌다. 좋아하는 것을 서로 이야기하며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장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생겨난 것이 온라인 살롱을 비롯한 인터넷 커뮤니티다. 회사나 학교같이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의 커뮤니티가 해체되는 반면, SNS 등 인터넷을 통해 같은 취미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는 거리를 뛰어넘어 쉽게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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