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카스텔라의 법칙
실제로 혼자서 출판을 하는 분들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저와는 환경이 달라서 중요한 부분은 잘 이해를 못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제 직감만은 굳게 믿었죠. 인터넷 시대인 지금은 많은 정보가 있어도 뭐가 옳은지 바로 알 수 없습니다. 제 손과 눈이 미치는 범위와 환경 안에서 ‘이럴 수도 있다’고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직감의 힘을 믿기로 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던 야스나가 대표에게 ‘카스텔라의 법칙’이라는 말을 알려 준 편집자 친구가 있었다. “카스텔라를 좋아한다고 계속 말하면, 남한테 받거나 저절로 얻게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나 목표를 말하고 다니면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온다는 의미였다. 그 덕인지 창업하고 1년 반 뒤, 첫 책 『청이 없는 나라』를 출간할 수 있었다.
모든 이에게 팔려고 하면 안 된다는 발상
그래서 저는 ‘일’이라는 말을 극단적으로 피하고, 대신 ‘작업’이라고 합니다. 작업을 하기 위해 사람을 못 만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일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우리 세대는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출판사는 이래야 한다, 출판사는 이렇다’고 고정된 관행들을 과감하게 그만두고 싶습니다. 어느 정도 적당히 하는 부분이 없으면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전에 했던 일들을 통해 깨달은 점입니다. 웹사이트의 책 소개가 화려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것도 ‘그만두자’는 발상의 하나입니다. 즉 모든 이에게 팔려고 하면 안 된다는 발상이죠. 독자 대상을 아주 좁게 한정했으니까요. 서점 한 곳이라도 더 나가서 파는 것보다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쓴다면 저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젊은 세대에 있다면, 그런 사람들이 일할 자리를 늘리는 것이 제 책임입니다
수신과 발신 중에 발신만이 미디어라고 보기 쉬운데요. 출판은 어디까지나 매개체입니다. 먼저 작은 목소리와 다양한 현상을 감지해야 합니다. 출판에는 감지해서 ‘깊게 하는 힘’과 ‘널리 퍼트리기 위한 기술’ 양쪽이 필요해요. 그때 ‘자신’이 방해가 됩니다. 에고와 허세가 있으면 쌍방에 괴리가 생깁니다. ‘자신’이라는 닫힌 세계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리는지, 얼마나 큰 관계 속에서 들리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일조일석一朝一夕으로는 할 수 없어요.
서포터들의 성원을 받는 만큼, 책임도 무거워집니다. 각자의 활동을 미래로 이어지게 해야 합니다. 미시마샤에서는 재작년부터 지금까지 대학 졸업 예정자를 매년 한 명씩 채용했어요. 서포터 제도를 통한 활동을 세상에 알리려면, 차세대 출판인을 양성하는 일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근래에는 제 또래 편집자가 최연소이고 20대가 한 명도 없는 출판사도 있다고 들었어요. 대형 출판사조차 신입 직원을 키울 능력이 없습니다. 서포터가 있는 이상, 저희가 채용한 초년생 세 명은 꼭 제 몫을 하는 직원으로 키우겠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출판사에 취직해도 독자들 덕에 월급을 받는다고 실감하긴 어려울지도 몰라요. 독자를 단순히 업무 대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데,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순환되어야 책을 만드는 작업도 성립됩니다. 그 순환이 잘되게 하고 싶어요. 서포터라는 ‘눈에 보이는 독자’의 기대에 답하는 일도 편집자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서포터들에게는 제1독자라는 느낌뿐 아니라 차세대 출판을 향해 하나의 움직임을 짊어진다는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
사실 우리가 다른 일에서 번 돈으로 출판하는 상황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해야 좋은 책이 될지 24시간 생각하는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은 일의 질에 큰 차이가 납니다. 저는 출판 일을 하게 된 것을 아주 고맙게 여기고 있어요. 책과 함께한 인생과 그러지 않은 인생은 전혀 다릅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젊은 세대에 있다면, 그런 사람들이 일할 자리를 늘리는 것이 제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