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틱톡까지: 크리에이터 대폭발

안녕하세요! 크리에이터 여러분,
여러분의 랜선 매니저 고팀장입니다.

여러분은 아마 저를 트레져헌터나 순이엔티 같은 MCN 회사를 통해 만나셨거나, 혹은 넷플연가나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양성과정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셨을 거예요. 어떤 경로를 통해 저를 알게 되셨든 우선 정말로 반갑습니다!

그런데 아마 제가 '유튜버'였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은 그렇게 많지 않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고팀장이 아닌 크리에이터 고동기(!)의 역사와 뜬금없이 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는지 얘기해 보려고 해요.

나의 크리에이터 여정

때는 바야흐로 2014년, KT&G 신입사원 연수를 갓 마친 저는 강원도 강릉에 배치되어 한창 영업을 배우고 있었어요. 낮에는 담당 구역의 편의점과 마트에 들러 담배 주문을 받고, 퇴근 후에는 기숙사에 돌아와 유튜브 보는 것이 저의 소소한 낙이었답니다.

당시 제가 즐겨봤던 유튜브 채널은 REACT와 영국남자였어요. 특히 영국남자 채널은 영상이 4개밖에 없을 때부터 본 완전 찐팬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에 기숙사 아파트에 돌아와 습관처럼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는데, 문득 '나도 베트남어를 할 줄 아니까 유튜브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여러분들도 그랬듯?) 첫걸음을 내딛는 게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유튜브를 해야겠어!'라고 다짐했던 날로부터 첫 영상을 업로드하기까지 약 6개월 정도가 걸렸어요. 내향적인 성격 탓에 카메라 울렁증도 있다 보니 도저히 용기가 안나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저와 정반대의 성격에 끼도 많은 과 후배 신혜가 떠올랐고, 슬쩍 "나랑 유튜브 해보지 않을래?"라고 떠보니 역시나 바로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강릉과 서울을 오가며 촬영과 편집을 한 끝에, 2015년 2월 유튜브에 첫 영상을 게시하며 크리에이터로서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신혜가 아니었다면 절대 시작할 수 없었던 유튜브. 베트남어과 선후배가 함께하는 채널이니까 Khoa Tieng Viet(콰띵비엣, 베트남어과 라는 뜻) 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정말 네이밍 센스는 이때나 지금이나 답이 없다.

그런데 처음부터 잘 되진 않았어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독학으로 편집을 배워 영상을 3개 정도 올렸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요. 그렇게 서서히 유튜브 채널을 잊고 일에 집중하던 중 갑자기 gmail 알람이 미친듯이 울리더라고요.

'OO님이 YouTube에서 내 채널을 구독했습니다'라는 그 이메일! (쓰면서도 설레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내 영상을 볼까 고민하던 중 다른 베트남 채널들을 참고해서 제목에 '한국 사람의 반응'라는 문장을 넣었는데 그게 빵 터진 거였어요. 그 영상 하나로 하루만에 30만원 정도 수입을 얻었고, 저는 그날로 자애로운 유튜브 신의 충실한 신도가 되었답니다. 그 뒤로 멀지않아 '이제 난 정말 유튜브에 올인이야...!'하며 과감히 퇴사를 하게 됐어요. (요즘엔 절대 이러면 안 되는거 아시죠?)

침착맨과 나. 이래 봬도 유튜브 동기임.
같은 조원이었던 침착맨님. 이때가 트위치에서 하스스톤하던 시절.
이제는 한영외고 예비 고3이 된 마이린쿤.

매번 스터디룸을 빌려서 촬영하는 게 힘들어 MCN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들어간 곳이 트레져헌터였어요. 당시 제 담당 매니저님은 우아하고 똑똑한 '이한나'라는 분이셨는데요. 한나님은 항상 유튜버들이 Comfort Zone을 벗어나 한계를 뛰어넘도록,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성장할 수 있게 도전과제를 던져주던 분이셨어요. 제게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행동으로 가르쳐주신 분이에요.

그런 한나님에게 KT&G를 퇴사했다는 소식을 전달하니 바로 회사 내부를 설득해 제가 직원 겸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셨고, 덕분에 저는 MCN 업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답니다.

왼쪽부터 한나님, 민정님, 나. 크리에이터와 매니저의 관계로 만나 이제는 찐친이 되어버린...❤️

2016년에 트레져헌터에 입사했으니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2년만 더 있으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인데, 제가 체감한 MCN 업계는 몇년 사이에 산(山)도 없어지고, 강(江)도 물길을 돌려 자취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 것만 같습니다. 변화의 이유는 참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오늘은 그중에서 특히 '틱톡'이 끼친 영향에 대해 말씀드려보고 싶어요.

Tiktokification, 틱톡이 진짜 대세가 될 줄이야!


트레져헌터에서 일했던 동료 중에 '차승학'이라는 분이 계셨어요. 대학교 졸업 후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하여 '호우호우'라는 날씨 어플을 만드셨던 분인데, 역시나 학습능력이 뛰어나신지 '더 이상 MCN에서 배울 것은 없다!'(실제로 이렇게 말한 적 없음 주의)며 중국으로 떠나시더라고요.

사실 알고보니 승학님은 2017년도에 이미 숏폼의 가능성을 발견하신 뒤 'Next YouTube는 Short-Form에 있다'는 확신을 갖고 중국으로 떠나신 거였어요. 지인을 통해 ByteDance에 있는 리더급 분의 컨택 포인트를 얻자마자 바로 콜드메일을 보내고, 혈혈단신으로 베이징으로 넘어가 한큐에 모든 인터뷰를 통과한 뒤, 그렇게 ByteDance라는 로켓에 올라탄... 정말 멋짐이 폭발하는 쾌남...! 그 자체!

승학님의 흥미진진한 로켓 탑승기는 아웃스탠딩에 올라와 있어요! (회원가입하면 월 1편 무료 열람 가능)
대한민국에 틱톡을 가져온, 틱톡 문익점 차승학.

그렇게 승학님은 베이징에 있는 ByteDance 본사에 근무하다 틱톡의 한국 콘텐츠 사업 업무 담당자로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고, 틱톡 코리아의 성장을 위해 MCN과의 협력을 모색하던 중 트레져헌터 지박령인 저에게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승학님 덕분에 틱톡 코리아와 2018년 8월부터 6개월 동안 틱톡커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고, 유튜브 외에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죠. 그런데 당시애 저는 '과연 틱톡이 잘 될까?' 하는 의구심이 많았어요. 유저들이 진짜 10대 밖에 없었거든요.

하지만 모두들 잘 아시다시피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숏폼 콘텐츠는 대세중의 대세가 되었고, 그때의 10대들은 어느덧 구매력이 있는 20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Tiktokification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모든 플랫폼들이 틱톡과 유사한 기능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죠.

그런데 말입니다.

2018년에 틱톡커 육성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많은 틱톡커들을 만났었는데, 당시 틱톡커분들의 불만은 대부분 '수익'과 관련된 것이었어요. 허가없이 브랜디드 콘텐츠를 올라면 갑자기 영상이 삭제된다든지, 기본 활동금이 너무 적다든지 등...

그런데 작년에 순이엔티로 이직을 하면서 거의 5년만에 틱톡커분들 다시 만나게 됐는데, 높아진 틱톡의 위상과는 다르게 틱톡커들의 현실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더라고요. 틱톡에서 아무리 조회수가 많이 나와도 수익쉐어를 받지 못하고 있었고, (현재는 Creativity Program을 통해 수익창출 가능) 종잡을 수 없는 알고리즘과 예측불가능 한 조회수, 정신이 혼미해지는 미친듯한 트렌드 교체 속도는 여전했어요.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 다 틱톡을 따라 할 만큼, 명실상부 숏폼 대표 플랫폼이 되었는데 왜 크리에이터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은 거지?'라는 의구심이 들던 찰나, 제 답답한 마음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아티클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백만 팔로워 공장: 틱톡은 모두를 유명하게 만들고 있지만, 소수의 크리에이터만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022년 7월 22일, The Information에 올라온 기사

제가 트레져헌터에 갓 입사했을 때만 하더라도 100만 유튜버들은 갓(God) 그 자체였어요. 그들은 신화 속 영물들처럼 신비로웠고 보기드문 존재들이었죠. 당시만 해도 각 카테고리(게임, 뷰티, Vlog 등)별로 대표 유튜버가 누군지, 새롭게 떠오르는 채널은 뭔지 쉽게 헤아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틱톡은? 유튜브와 비교했을 때 팔로워 증가세가 미친듯이 빨랐어요. 물론 ByteDance의 시초가 AI 기반의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였던 만큼 개인화된 알고리즘 시스템 덕분일 수도 있겠지만 일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분들도 많았죠.

감각적으로만 느끼던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답답했었는데, The Information 기사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명확한 단어로 표현했더라고요. 기사 내용 중 인상깊었던 2명의 인터뷰를 별도의 첨언 없이 그대로 번역해 놓았으니 천천히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In reality, TikTok has unleashed “inflation essentially within the creator economy,” said Brendan Gahan, chief social officer at creative agency Mekanism. According to data from social media analytics provider Social Blade, more than 39,000 accounts on TikTok now have at least 1 million followers. That’s about 6,200 more than on YouTube and nearly 16,000 more than on Instagram. Led by TikTok, the sheer volume of accounts reaching the million-follower threshold has conversely had a chilling effect on the reach and power of individual creators—it “dilutes the equity of what it means to be a successful creator,” said Gahan.

실제로, 틱톡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사실상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고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메카니즘의 최고 소셜 책임자 브렌든 가한이 말했다. 소셜 미디어 분석 업체인 소셜블레이드의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틱톡에는 최소 백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계정이 39,000개 이상이 있다. 이는 유튜브보다 약 6,200개 더 많고, 인스타그램보다 16,000개나 더 많은 수치이다. 틱톡 주도 하에 백만 팔로워를 달성하는 계정의 숫자가 급증함에 따라, 이는 오히려 개별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과 도달 범위에 부정적인 영향(=chilling effect)을 미쳤다. 가한은 이것이 "성공적인 크리에이터라는 의미의 가치를 희석시킨다"고 말했다.

TikTok is “under the philosophy that everybody gets their 15 seconds of fame,” said Justin Wood, a 35-year-old former circus performer who runs the account of his internet-famous duck, Wrinkle. He says Wrinkle’s 611,000 Instagram followers are worth more than her 4.2 million followers on TikTok. That’s because on TikTok “it’s easy to gain” followers, Wood said, but it can be much harder to monetize them.

인터넷에서 유명한 오리 'Wrinkle'의 계정을 운영 중인 35세의 전 서커스 공연자, 저스틴 우드는 "틱톡은 모든 사람이 15초 동안의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철학 아래 있다"고 말했다. 그는 Wrinkle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611,000명이 틱톡의 420만 팔로워보다 더 가치 있다고 말했다. 우드에 따르면 틱톡에서는 팔로워를 "얻기 쉽지만", 그것들을 수익화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안이 뭔데?

지금까지 제가 이야기한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크리에이터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 돈 벌기는 점점 어려워진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분들은 '됐고, 어쩌라는 거야?', '그래서 대안은 뭔데?'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와 최근에 1:1 상담을 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요즘 크리에이터분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조회수와 광고 수익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자기만의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그리고 아직 유튜브 수익창출이 안된 분들에게는 수익창출 조건을 빨리 채우기 위해 1일 1업로드 숙제를 드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마음 한편으로는 '이게 과연 최선일까?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하는 고민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저는 크리에이터 분들이 정말로 좋고, 진심으로 잘됐으면 좋겠고, 하나라도 더 알려드리고 싶고, 그 하나가 크리에이터 생활을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왜냐면 과거의 저도 여러분들처럼, 퇴근 후 자는 시간을 쪼개 영상 편집을 하고, 주말마다 강릉-서울을 왕복하며 촬영을 하고, 결국 이 일이 좋아 퇴사를 하고... 본인 인생의 한 부분을 바쳐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제대로 된 보상과 대접을 받으면서 오랫동안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현재 크리에이터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번아웃, 알고리즘의 노예, 플랫폼 정책에 대한 일방적인 수용, 불투명한 정산, 제한된 데이터 접근 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구조적인 변화를 꾀하다보니 점점 더 web3.0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The web3 Creator Economy by Jerry Soer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web3.0의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web2.0 기반 플랫폼(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그만 희망을 품게 되었어요. 그러다 때마침 저보다 먼저 web3.0 세계에 뛰어든 수진님을 몇 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울분을 토하듯 크리에이터의 미래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하게 됐고, 의기투합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엄청난 속도로 일이 진행되고 있답니다. 이 블로그도 그중에 하나고요!

앞으로 저는 이 블로그에서 크리에이터 여러분들을 위한 유용한 정보와 팁을 전달하는 동시에, 수진님과 제가 web3.0 신대륙을 탐험해가는 여정을 공유해 보려고 해요.이 탐험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과연 끝이 나기는 할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이 옆에 있어 주신다면 분명 재미있을 거에요. 앞으로 저희의 모험을 기대해주세요!

💙

BlueBanana will save the world, coming s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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