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직일지

조만간 퇴사를 한다. 빠르면 5월 말, 늦으면 6월 초. 퇴사일자가 정해지면 남은 연차를 쓰고, 휴가같지 않는 휴가를 보내면서 이직을 할 것 같다. 이미 오퍼를 받은 곳도 있고, 채용 전형이 진행중인 곳도 있다. 아마 3~5가지 옵션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개발자분들에 비하면 애교수준이지만, 내 나름대로는 참 행복한 고민이고 또 감사한 고민이다. 이제 옳은 선택만 하면 되는데, 이게 참 어렵다. 그래서 이 고뇌의 과정을 글로 남기고 싶어 이렇게 시리즈를 시작해본다. 제목은 요즘 완전 푹 빠진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패러디한 '나의 이직일지'.

아무튼,

내가 듣는 커리어 조언 (2019년 봄)
30대 중후반이 들어 새로운 일자리를 찾자니 전처럼 몸이 가볍지 않음을 느낀다. 전에도 일자리를 찾는것은, 내 커리어는 정말 나름 순탄치 않았고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지만 이제는 그나마 남아있었던 선택의 폭이, 운신의 폭이 심리적으로도, 객관적으로도 갈수록 좁아짐을 느낀다. 내가 정말 믿고 따르고 존경하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들은 수많은 조언들…

요즘 반복해서 읽고있는 글이 하나 있다. 3년전에 인터넷 서핑하다 발견하고 너무 좋아서 북마크했던 포스팅인데, 이직을 앞둔 시점에 다시 읽으니 곱씹을 문장들이 정말 많았다. 5급 공무원 생활을 하다 실리콘밸리로 떠난 백산님이 30대 중후반(딱 내 나이)에 새로운 선택을 하면서 느낀 감정들과 고민을 담은 글인데, 이 과정에서 필자가 받은 조언들이 하나같이 다 주옥같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들.

"전통적 의미의 전문성을 어떻게 갖추느냐 보다는 자신만의 탁월성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전문성이 한가지 이름의 직업과 결부되는 것이라면, 탁월성은 일을 바라보는 접근법,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중심기술과 연결된다. 크고 작은 시도를 거듭하며 ‘우연히’ 다음 단계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찾아가는 것. 전문성이 정적이라면 탁월성은 이것과 저것을 조합하고 경험을 관통하면서 만들어진 자신만의 역량이자 고유의 스토리리라. 탁월성을 쌓으려면 계속 개인적인 결산을 해서, 즉 스스로의 목표를 세우고 거기서 스스로를 점검해 가야 한다. 탁월성을 만드는 것은 필요이상을 쏟아부어 급속한 성장의 직선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크건 작건 목표를 정하면, 고용주와 나 사이 제로섬 게임 밖에 새로운 층위가 생긴다. 과잉의 노력을 쏟아 붓는 것은 내 삶의 개인적인 충만함을 위함이기도 하다. 가파른 기울기는 즐거움의 총량을 늘린다. 즐거움은 탁월함의 다른 이름이다. 무엇이 즐거운지는 나만이 정할수 있고, 탁월성 또한 그렇다."
"지금까지 빌덥되온 자산 (Asset)을 우습게 생각하지 마라. 자꾸 새로운것 할 생각하지 마라. 자산 위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야한다.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해라."
"버틸수 있는게 실력이고 능력이야. 바로 눈앞의 것을 그것만 보고 덜컥 선택하지 말고, 진짜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뭘 10년동안 할건지 생각해보고, 그거에 맞춰서 지금의 선택을 내려봐봐. 너도 사람뽑아봐서 알겠지만 이사람이 그냥 이 직장을 check in 하는지, 이 사람과 이 업이 진짜 맞아떨어지고 이 사람은 이 일을 꼭 해야 하는 사람인지, 그 에너지부터 달라. 그런게 필요해."
"어느분야에서건, 이제는 정말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 그 분야의 최고가 되어야 한다. 30대 초반까지는 이것저것 해도 괜찮다. 30대 중반-40대 중후반이 진짜 승부수다. 어느분야에서 최고가 될 것이냐, 전문성을 쌓을것이냐, 결국 정상에서는 다 만난다. 니가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끝까지 가봐야 한다."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다음 달의 나는 어디에서 일을 하고 있을까.
일단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좋은 글을 많이 읽으려 한다.
무의식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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