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무엇일까요. 기업이 돈을 버는 건 사람이 숨을 쉬는 것과 같습니다. 숨을 못 쉬면 죽지만, 숨만 쉰다고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법인法人은 법이 만든 인간이란 뜻입니다. 꿈과 도전, 개척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듯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 추구에만 함몰되었을 때 기업답지 못합니다. 이윤 창출보다 중요한 것은 비전이나 꿈, 도전과 같은 가치를 확립하고 집중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잘나가는 기업은 비전과 핵심에 대해 집착에 가깝도록 집중합니다. 조직다운 조직에선 신뢰를 토대로 팀워크가 형성됩니다. 개인이 할 수 없는 성취는 함께하면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내 옆에 있는 상대를 신뢰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블루홀의 업業은 대규모 제작입니다. 신뢰와 팀워크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어떤 사업이든 좋은 팀이 3년 정도 치열하게 일하면 소기의 성과를 성취한다고 믿습니다.
도전에는 절대적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강인한 의지는 당연하다. 누구나 순간적으로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을 수도, 심지어 시작할 수도 있다. 작심삼일, 작심삼개월 정도야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작심삼년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블루홀에서 어쩔 수 없이 시작했던 여러 도전, 그리고 연이은 실패, 그에 따른 번아웃. 그전까지는 실패도 별로 없었고 일도 사랑했었기 때문에, 블루홀 시절 내가 겪었던 번아웃과 무력감은 지금도 내 안에 또렷이 새겨져 있다. 공동 창업한 김강석의 출사표가 없었다면, 손실을 보더라도 블루홀을 정리했을 것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김강석의 출사표도 쉽게 믿기 힘들었다. 함께한 기간이 길었기에, 그도 지쳐 있었을 것이 분명하고 예상되는 도전 과제 또한 만만하진 않았다.
고민 끝에 딱 하나만 약속받았다. 3년, 멈출 수 없는 3년. 방향은 명료하나 높은 실행 난도가 뻔히 느껴지는 도전, 전체 구성원에게는 낙관적인 미래를 설파하면서도 곤궁한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과정. 김강석도 3년 약속을 후회한 적이 많았을 듯하다.
실행 방법은 다양하지만, 원론적으로 조직에서의 도전은 2가지 질문에 대한 답에서 시작한다. 하나는 도전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자금을 누구의 책임하에 어느 시점에 집행할 것이냐다. 자원은 늘 제한적이고 사람에 대한 판단은 단순하지 않기에 경영진의 깊은 고민과 결단이 요청된다.
수많은 도전은 대부분 실패한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어떻게 실패하느냐도 중요하다. 사업적 성공에 실패하더라도 구성원의 성장은 이뤄야 한다. 사업은 실패해도 조직이 혹은 개인이 실패하게 두어선 안 된다. 조직은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기문, 『크래프톤 웨이』,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