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가 건강과 미각을 해치는 것처럼, 패스트 커리어 역시 번아웃을 초래하고 삶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지면 자극적인 맛과 조미료에 중독되듯이 패스트 커리어는 승진, 연봉 등의 외적 보상에 집착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자존감을 낮춘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지면 식도락(食道樂)은 사라진 채 음식이 〈연료〉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패스트 커리어 역시 일에서 재미와 존재감을 탈락시켜 일을 〈밥벌이〉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점차 〈빠른 것의 위험성〉을 깨닫고 있다. 맥도날드가 이탈리아의 로마로 진출하자 1986년 이탈리아에서 미각의 즐거움, 건강 회복 등의 기치를 내건 새로운 식생활 운동을 전개했는데 이것이 전 세계로 확산되어 지금의 슬로푸드 운동이 되었다. 사람들은 느리게 살아야 더 행복하고 건강해질 수 있음을 깨닫고 있다.
-박승오, 홍승완, 『인디 워커, 이제 나를 위해 일합니다』,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