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authenticity의 어원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것입니다. 결국 진정성 있는 행동이란 내가 의도하고, 내가 행한 거예요.
이를 업의 관점에서 풀어보면 주체성과 전문성이라는 두 가지 덕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한다는 건 첫째는 의지의 문제이고요, 둘째로는 전문성의 문제입니다. 즉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 두 가지를 갖춘 순간, 우리는 신뢰를 얻습니다. 우리는 그런 분들을 장인 또는 예술가라 부릅니다. 일의 주체가 나인 것입니다.
투명성에 의해 관리될 수 있는 건 절차적 적합성이므로 성실함만으로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진정성은 주체가 추구하는 가치가 있는지, 그것을 위해 정해진 의무를 넘어 헌신하는지까지 올라갑니다. 그의 인생의 지향점이 정말 그 가치를 선호하는지까지 가는 것입니다. 즉 투명성이 해야 하는 의무라면, 진정성은 그것을 넘어서는 헌신의 문제입니다.
결국 진정성의 문제라는 거죠. 내가 했느냐 낙하산이 얘기했느냐, 속내를 얘기했느냐 그런 척했느냐, 그 차이입니다. 이제는 두 가지가 요구됩니다. 첫째, 내가 원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둘째, 내가 직접 해야 합니다. 내가 해야 그에 따른 전문성과 주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생방송의 인생을 살아갈 때 녹화방송의 안전함을 도모할 것인가, 아니면 축적한 전문성을 근간으로 주체성 있게 살 것인가의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있습니다. 다만 내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으니 좁힐 필요는 있겠죠.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나의 본진을 설정하고, 먼저 시작함으로써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가 자기 영역의 시조가 된다면 근본의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더이상 경쟁하지 않고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 북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