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온갖 종류의 꿀팁이 등장했습니다. 결혼준비 Q&A, 각종 생정(생활정보) 등. 커뮤니티에 떠돌던 다양한 노하우가 지금은 유튜브에서 발현되고 있습니다. ‘국룰(국민룰)’이라는 이름으로요. 예전의 생정처럼 이제는 사소한 것까지 대신 정해주는 ‘국룰’이 있습니다.
온갖 국룰이 생겨난 이유는 타인으로부터 내 평판과 효율을 극대화하고 싶어서입니다. 평범하게 살고 싶으니까. 그러나 이 기준이 너무 높습니다. 평범한 게 판교 신혼부부라면 출발부터 불행을 잉태한 거죠. 기준이 높은데 그게 기준이라뇨. 심지어 그걸 모아놨어요. 국어, 영어, 수학을 다 잘할 수는 없잖아요.
무엇보다 평균, 중간을 추구한다는 국룰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서글프게도 중간의 인간은 대체됩니다. AI는 중간을 학습해요. 그런데 우리 인간이 지금 중간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로 많은 변화가 중간에 있는 인간들을 없애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개인의 영역으로 점차 확장되는 게 보여요. 플랫폼은 비용을 낮추고 효율은 높이는 규모의 경제로 움직이기 때문에 소상공인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행 앱이 커지면 지역 여행사가 망하고, 부동산 앱이 잘되면 중개업자가 어려워져요. 그 밖의 각종 동네상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방식이 모든 영역으로 연결되고 확장됩니다.
프로세스가 자동화되면 이제는 플랫폼 내부 인력도 줄이게 될 것입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사용상의 편리함이 우리 삶에 장점을 주지만, 사람과의 접점이 사라지는 만큼 사람들이 힘을 잃습니다. 자동화 서비스의 장점이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역할을 무력화하는 것입니다. 그럴수록 인간은 소외되겠죠. 이런 식이면 생산에 과연 인간이 필요할까요?
-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 북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