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투고하려 하는가?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는가? 어떤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최근 서점가에서는 ‘글쓰기’와 ‘책 쓰기’가 거의 동의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내가 쓴 책 한 권쯤’ 가져 보고 싶은 욕망이 생각보다 폭넓게 자리 잡았다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전자출판 시장의 빠른 성장과 맞춤형 소량 출판 시스템의 보편화, 독립출판물의 부흥도 ‘책 쓰기’라는 바람을 어느 정도 쉽게 이룰 수 있게 해 주었다. 당연히 출판사에 투고되는 원고도 늘어났다. 그러나 출판으로 이어질 만한 원고를 만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주제의 독창성이나 상업출판물로서의 잠재성 등 투고 원고를 검토하는 출판사의 일반적 기준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의 글이 왜 책으로 출판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나름의 ‘합목적성’을 가진 원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단지 “내 글을 책으로 출간하고 싶어서”라는 말은 “왜 투고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이 될 수 없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당신의 원고는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세상)과 사람들(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거울 앞에 선 채 당신 자신만을 비추며 독백하고 있는가? 어쩌면 여기에서 “왜 투고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자신의 원고에 지나친 회의감이나 과장된 자신감을 갖지 않으려면 예비 저자도 ‘신경증적 자기 독서Hysterical Self-Reading’가 가능해야 한다. 즉 자신의 원고를 독자의 눈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당신이 왜 투고를 하려 하는지, 당신의 원고가 왜 출판되어야 하는지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산을 넘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상태,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 유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