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는 건 같이 망하는 거예요.” 정현주의 말은 업종을 넘어서 멋있는 걸 해보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이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자기만의 것을 만들고, 그걸로 사람들에게 승부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서적 도매상 좋은 일을 할 뿐이에요.” 실제로 서적 도매상의 소형 서점 공급가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서점이 도매상에 책 정가의 70퍼센트를 내면 책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요즘은 그게 85퍼센트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책을 팔아도 남는 게 없어요.” 정현주의 말처럼 자기 것 없이 시장에 뛰어드는 건 시장의 모두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 정현주는 재빠른 유행과 몰래 베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것을 만든다. “저는 외로움이 앞으로 점점 큰 소비의 동력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마포구에는 1인 가구가 많은데, 서점 리스본에서 진행하는 일종의 멤버십인 ‘독서실’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그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각자의 전문성이 있는 도시인들이기도 하다. “그렇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길 바라죠. 그런 공간을 만들고 있다는 게 제게 힘이 되기도 하고요.” 정현주는 그렇게 자신의 정도를 걷고 있다. 천천히, 여기저기 시달리면서, 그래도 멋진 방향으로.
-박찬용,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웅진지식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