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을 위해 누구나 한 번쯤 써볼 법한 글감 네 개를 소개했다. 유년의 기억, 사무친 순간, 꿈의 기록 그리고 살아 있는 말이다. 그중 사무친 순간은 아픔, 상처, 고통, 슬픔, 우울 등 어둡고 부정적인 기억을 수반한다고 덧붙였다. 고수리는 강연 중에 이렇게 말했다. “직면하기 어렵겠지만, (사무친 순간에 관해) 한 번쯤은 써보시길 권해요. 기왕이면 공적인 글쓰기를 통해서요.”
유년의 기억, 사무친 순간, 꿈의 기록, 살아 있는 말. 네 가지는 제가 그동안 글을 써오면서 필요했던 글감이에요. 그중 유년의 기억은 나를 만든 ‘최초’에 관한 소재입니다. 아무리 사소해도 이상하게 선명히 남아 있는 기억이 있잖아요. 그게 어떤 영향을 미쳤든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테고요.
제가 에세이나 소설을 쓸 때 장면을 상상하며 쓴다고 했죠. 모든 글은 기억을 재구성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를 나답게 만든 건 기억인 셈인데요. 나를 만든 기억의 처음, 그 장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내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처음’에 관한 걸 쓰지 않고 계속 묵히다 보면, 나중에라도 그 글을 쓰기 위해 주변을 계속 맴돌게 되거든요. 유년의 기억은 매우 중요합니다.
-손현, 『글쓰기의 쓸모』, 북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