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위험부담은 존경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 나와 다른 사업관을 가진 회사에서 일하는 것, 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타협해야 하는 것, 본모습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혹은 완전히 모순되는 일을 하는 것들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중 가장 큰 위험부담은 미래의 행복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에 평생 인생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사업상의 위험부담 때문에 망설인 것이 아니라 더 잘 통제할 수 있는 개인적 위험부담 때문에 고민한 것이다. 내가 법률회사에 남을 경우, 관심도 없고 심지어는 내 가치관에 어긋날 때가 있는 일을 하면서 평생 불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야 할 가능성이 있었다. 전문가가 되려면 창의력을 억누른 채 한 분야로만 매진해야 한다. 애플의 성공 여부보다 법률가로서의 위험부담이 훨씬 더 컸다. 결국 나는 당시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추구하기로 결심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사업 실패의 위험부담은 실패의 가능성에 실패의 비용으로 곱한 값이 된다. 물론 주관적인 분석이지만 이 과정을 통해 재정적인 위험부담과 보상에 대한 자기 스스로의 태도가 밝혀질 수 있다.
반면 개인적 위험은 계량화가 불가능하다. 그것은 가치와 우선순위, 자신이 누구인지를 표현하는 문제다. ’안전제일주의’라는 말은 현상에 만족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당장 금전적 이익이 있으면 시간 낭비와 만족감의 부재 또한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니면 아무 생각조차 해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반면, 시간과 만족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라 여긴다면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실패에 따른 위험부담을 감수하게 된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위험부담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랜디 코미사, 『승려와 수수께끼』, 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