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 중에 흥미로운 사례가 있습니다. 광고 디자이너이면서 아이 엄마이기도 한 이지윤 아트 디렉터 이야기인데요. 일하랴 육아하랴 양쪽을 오가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던 그녀는, 불현듯 ‘어떤 생각’이 떠올라 집값이 싼 동네의 옥탑방을 하나 구했다고 합니다. 언덕배기의 옥탑이라 가격은 저렴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눈앞이 탁 트인 곳. 그녀는 이 공간을 작업실로 꾸며서 시간이 날 때마다 들른다고 합니다.
그곳에 들르는 날은 온전히 쉬는 날. 그곳에서 그녀는 개인 작업도 하고, 가끔은 친구들을 불러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저렴한 월세로도 이게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녀는 거듭,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죠.) 옆 팀 사람들이 그 작업실에서 송년 파티를 한 사진을 보니, 멀리 한강도 내려다보이더군요. 아마 그곳이 그녀가 가끔 숨는 동굴이겠죠.
-유병욱, 『생각의 기쁨』, 북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