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는 고민의 총량을 파는 것입니다. 하나하나에 다 의미와 상징을 새겨넣고, 그런 다음 상대에게 넌지시 얘기해주는 거예요.
요즘은 실력 있는 작은 가게들이 많습니다. 간판도 요란하지 않지만 업에 대한 소신과 고민으로 상징성을 얻은 곳들입니다. 그 상징성 하나하나에 주인장의 정신이 깃들어 있겠죠. 그의 인생이 포함돼 있는 것입니다.
고민의 총량이란 내가 했던 시도의 총합이므로, 내 전문성 및 숙고의 결과를 파는 것입니다. 이는 시간의 축적도 있지만 이해와 지식의 총합도 되기 때문에, 그만큼의 해박함을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게 결여돼 있으면 노동을 팔아야 하는데, 노동은 AI가 가져갈 테니까요.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원류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드는 작업이지, 예전처럼 여기 우리 제품이 있다고 알리는 데 몰두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오히려 아무나 만나면 안 됩니다. 설명하지 않고 툭 던졌을 때 이해한다면 내게 훌륭한 분이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 고객이 아니에요. 우리가 집어넣은 상징을 이해하고 원하는 사람에게만 다가가면 됩니다. 그들이 전파자가 될 테니까요. 헤리티지를 해석해주는 사람이 붙고, 이들이 문명을 전파하듯 사방에 퍼뜨리는 것이 곧 바이럴 구조 아닌가요?
-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 북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