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게 아니라 발견되는 것 이와 관련해 제가 만든 키워드는 ‘발견되다’입니다. 내가 어떤 걸 전략적으로 의도한 게 아니라 그저 내 삶에서 건실하게 구현하고 있었는데 비로소 대세가 되는 것이죠. 세상 사람들이 ‘요즘 빅데이터, 메타버스가 유행이야. 누가 하고 있었지?’라고 물을 때 진즉부터 하고 있던 이가 발견되는 거예요. 무언가 뜬 다음에 하면 편승한 사람이라 깊이가 깊지 않기 쉽습니다. 축적의 시간이 부족하기 마련이거든요. 말하자면 팔로워죠.
그렇게 발견되기 위해서라도 먼저 해야 하고, 오래 해야 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오래 살잖아요. 기존 방식의 조직과 시스템이 날 보호해줄 수 없기 때문에라도 더 긴 기간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래서 일관성consistency이 중요합니다. 일관되려면 지향점이 한결같아야 하므로 그걸 설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해요. 먼저 원을 그리고, 그 원에 내 활동들을 정합시키는 작업을 하라는 것입니다.
고양이, 그다음에 곤충, 파충류처럼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기회가 오고 있는데 우린 뭘 하고 있었을까요. 어릴 때는 개미 같은 곤충을 보고 만지는 게 놀이였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나도 모르게 남들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죠. 내가 언제 이 삶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엔가 이렇게 루틴한 일상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곤충을 좋아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뜰 것 같은 아이템을 하나 골라잡으라는 게 아니에요. 각자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보기에 일부러 찾을 필요는 없고, 자연스럽게 떠올라야 할 것 같아요. 어릴 적 좋아했던 것이 있는데 그걸 잊고 어느 순간엔가 사회적 압력과 남들의 기대에 치여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기억해내는 것만으로도 내 꿈을 찾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곤충을 좋아한다고 반드시 곤충학자가 될 필요도 없죠. 일단은 그냥 좋아하면 됩니다. 그게 업이 될 수도 있고, 산업으로 커질 수도 있고, 학문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그냥 개인의 애호가 될 수도 있겠죠. 그건 개인의 선택입니다.
-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 북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