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은 나에게 아주 큰 교훈이 되었다. 나는 내가 하고 싶던 걸 잊어버릴 수도 있구나,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선명한 상을 그리는 것도 노력해야 할 수 있는 일이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내가 뭘 하고 싶었는지 아주 열심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당장은 할 수 없다고 해도, 어쩌면 이 도시에서 나의 역량으로는 평생 하지 못할 일이라고 해도. 그때 편집장의 말씀이야 나를 달래려던 것이었겠지만 만약 정말 물리적인 조언을 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아무말도 못 한다면? 좋은 기회 앞에서 멍하니 있다가 기회를 놓치고 만다면? 으,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박찬용, 『잡지의 사생활』, 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