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존재를 압도해버릴지 모를 혼돈 속에서 지각과 행동을 체계화하려면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에는 불만족스러운 출발점과 그보다 나은 종착지가 있어야 한다. 더 나은 종착지가 없으면, 다시 말해 더 높은 가치가 없으면 어떤 것도 판단할 수 없고, 모든 것이 무의미와 지루함 속으로 가라앉거나 타락하여 공포·불안·고통으로 곤두박질친다. 하지만 시간이 모든 것을 가차 없이 변화시킴에 따라 가치 있는 모든 이야기가 현재의 모습과 장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새롭고 더 완전하면서도 과거의 것과는 달라진 이야기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 결국 어떤 이야기의 행위자(그리고 그 줄거리와 인물에 깊이 감동한 사람)는 창조적 변화의 정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애초에 그 이야기를 창조했으며, 지금 다시 파괴하고 재창조하려는 것도 그런 변화의 정신이다. 이런 이유로 정신은 도그마를, 진리는 가정을, 마르두크는 고대 신을, 창의성은 사회를, 그리스도는 율법을 영원히 초월한다(용감하지만 계속해서 규칙을 깨는 해리 포터와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법칙 1에서 언급했듯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더 높은 도덕을 위해 법칙을 깨는 사람은 처음에는 그 법칙을 철저히 익히고 훈련해서 그 필요성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법칙의 자구字句가 아니라 그 정신에 맞게 법칙을 깨야 한다.
-조던 피터슨, 『질서 너머』, 김한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