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라는 말에 불편과 반감을 느끼는 분도 있을 것이다. 흔히 대중문화나 트렌드 속에서 대중은 갈대처럼 유행과 미디어에 휘둘리고 다소 경박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존재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내가 편집하면서 늘 최종적인 독자로 가정하는 대중이란 지극히 보통의 취향과 삶의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다. 숙련된 독자가 아닌 사람, 책을 반드시 읽지 않아도 살 수 있고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 심오한 지식과 미학보다는 즉각적인 재미와 감동·위로가 당장 필요한 사람, 책값 15,000원을 낼 형편은 되지만 책보다 재밌는 것도 많고 돈 쓸 데도 많아서 서점에서 지갑을 여는 데는 제법 깐깐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 모든 출판인과 작가 들은 철저히 숙련된 독자에 속하므로, 이들 평범한 대중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다가서려면 아주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연실, 『에세이 만드는 법』, 유유.